강원랜드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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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원을 땄다!!!

대학교 친구들과 함께 강원랜드를 다녀왔다. 가는날 장날이라고 친구 한명이 신분증 대신 여권을 가져왔는데, 마침 강원랜드 무인민원 발급기가 고장, 그리고 근처 사북읍사무소 민원발급기도 고장, 태백시까지 가서 당직 하시는 분의 안내를 받고서야 가까스로 주민등록 초본을 출력하여 입장하였다.(여권은 주민등록 초본과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한다.) 또 기껏 뽑아갔는데 직원 중 하나가 여기서 뽑은 것만 가능하다고 잘못 고지하는 바람에 못들어 갈 뻔 하기도 했다.(상관 없다고 한다.) 아무튼 이런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강원랜드에 예상보다 두시간 정도 늦게 11시 30분 쯤 입장하게 되었다.

우리가 시작한 게임은 TAI-SAI라는 게임이였고, 게임의 룰과 이름을 추측해보면 아마 대와 소를 의미하는 일본어 같긴하다. 이런 류의 게임은 컨셉은 대개 비슷한데, 50%확률로 발생하는 A/B가 있다고 할때 (예를 들어 주사위의 합이 홀인지 짝인지), 배팅 금액에 두배를 주는 것이다. 이러한 게임은 으레 알려진 공략이 있다. 기준 배팅 금액을 정하고 배팅해서 이기면 해당 배팅 금액만을 가지고, 잃으면 배팅 금액을 두배씩 올려가면서 계속해서 같은 곳에 배팅하는 방법이다. 연속적으로 AAAAA….. 또는 BBBBB….이 나오지 않는 이상 적어도 한번의 배팅은 승리하면서 이전에 배팅했던 금액을 다 복구하면서 승리를 따내고, 이를 기준으로 다시 기준 배팅 금액을 배팅해서 승리를 따낸다. 한번에 많은 금액을 따내지는 못하지만, 꾸준하게 금액을 따는 방식이다.

6시간의 배팅 결과로 인해 10만원으로 시작하여 40만원이 되었다. 그러니까 약 30만원 딴 셈이다. 이 글에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위 배팅 방법으로 돈을 땄다는 사실을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느꼈던 점과 내가 처한 상황들을 비교해보면서 느낀점이 많았기 때문에 기록으로 남겨둔다.

카지노는 왜 어려울까?

위에서 제시한 공략은 몇가지 허점이 있다.

홀,짝의 확률은 50%가 아니라 예외의 수를 두어 50%미만이 되게 하는 식이다. 주사위를 예로 들자면 111,222,333 … 이 나오는 경우 홀짝 정답 유무와 관계없이 패배 처리한다.(편의상 이 확률은 이제부터 48%라고 하겠다.)

홀홀홀홀이 나왔다고 해서 그 다음에 주사위의 합이 나오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저 통계적인 입장에서만 보는 것일 것이다. 실제 자연계는 이전 결과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다. 홀홀홀홀홀이 나올 확률이 약 3%(1/32)에 그친다고 해서 5번째 배팅에서 홀이 나올 확률이 3프로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지금 주사위를 굴리는 순간의 홀짝이기 때문에 여전히 50%의 확률로 A 또는 B가 나오는 것이다.

위와 같은 허점을 알고 있었고 실제로 두번째 허점은 실제로 당해보기도 했다. 2007년에 필리핀 세부 워터프론트 호텔에서 비슷한 유형의 게임을 했었는데, 공략이 순조롭게 이어지던 와중에 0.78%의 확률인 오답 7번이 연속으로 나왔고, 초기배팅액과 획득했던 금액을 모두 잃게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첫 전략. 에라 모르겠다.

이렇게 해도 잃고 저렇게 해도 잃는데, 어짜피 운 아닌가? 라는 생각에 중구난방식으로 배팅하기 시작했다. 굉장히 짧은 시간내에 초기 배팅 금액의 20%를 잃었다.

두번째 전략. 과거를 답습하다.

아픈 과거의 기억이 있긴 하지만, 모두 잃기 전까지는 꽤나 승률이 좋았고, 많이 금액을 불렸기 때문에, 이전에 썼던 공략을 다시 사용했다. 기계적으로 배팅하면서, 돈은 지루할 정도로 지지부진하게 증가하였다.

세번째 전략. 과거의 실패사례로 부터 다른 전략을 취하다.

48% 확률에 계속해서 이런 기계적인 배팅을 유지하다보면, 길고 긴 소모전은 결국 내게 불리하게 돌아갈 것이다. 또 여전히 2007년의 패배처럼 모두 올인해야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를 염두해두고 있었다. 처음부터 이런생각이 떠올랐던 것은 아니고, 게임 중간중간에 이런 생각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확률에 분위기와 흐름을 더하다.

결국 48% 확률에 어떤 변수를 줘서 확률은 50% 이상이 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미 철저하게 계산되어 카지노에서 배당금액을 설정하였기 때문에 조합이나 방법으로 확률을 올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감으로 이 갭을 매우기로 했다. 감이라고 막연하게 이야기 했지만 사실 48%의 추를 미묘하게 50% 이상으로 돌리는 것은 분위기와 문맥일 것이라고 전략을 설정했다. 컴퓨터와 다르게 자연계에서는 분위기가 존재한다. 즉, 문맥이라고 느끼는 이 부분은 사람의 고유한 영역이다. 홀이 자주 나올때에서, 홀짝홀짝이 번갈아 나올때, 짝이 자주 나올때 이러한 흐름들을 캐치해서 배팅 전략을 다르게 했다. 이러한 분위기가 아리까리할때는 게임을 쉬어가기도 했다.

여전히 수익은 안정적이고 지지부진하게 증가하였다. 따라서 이 부분은 전략을 조금 더 수정해서 분위기와 흐름에 따라 중간 중간 예외적인 과감한 배팅을 하는 걸로 수정 되었다.

예측 되지 않았지만 이로 인해 두번의 점프업이 있었다.

소유하고 있던 칩이 1천원, 5천원, 1만원, 10만원이 있었는데 칩의 구성 비율이 한번에 바뀐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변화함에 따라서 내가 본능에 따라서 배팅전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원칙에 의해서 배팅을 하고 있었다는 확신을 받았다. 만약 내가 돈을 잃었지만, 칩의 비율이 점진적으로 변화한다면, 원칙은 지켰지만 아마 가설이 틀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반대로 칩의 비율이 한번에 변하거나, 엉망이였다면 나는 가설이 아니라 원칙도 지키지 않고 내맘대로 배팅하고 있었다는 지표일 것이다.

예측이 아니라 대응으로

여기서 잃으면 다음판은 나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이에 따라 현재 배팅 전략을 수정하여 배팅하였다.(두배를 배팅하지 않고 동일하게 배팅) 배팅금액을 두배씩 올린다는 것은 누적될 수록 부담이 크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흔들릴께 분명했다.

결론

위에서 내가 느낀점들을 잘 정리해서 썼지만, 내가 돈을 딴 것은 순전히 운이다. 실력이나 뭔가 좀 알았기 때문에 돈을 땄다고 생각하는 순간 지옥이 열릴 것이다. 다만 30만원 보다 내가 더 가치있게 여겼던 것은 과정이였다.

무작위 배팅에서 첫 전략을 수정했던 것. 지루한 게임이 이어지자 두번째 전략을 수정했다는 점. 이렇게 전략을 자주자주 수정하고, 전략을 어떤식으로든 검증하려고 했던 점, 초기가설을 대입해보았던점, 예측을 하지 않으려고 했던 점, 원칙을 지키려고 했던 점, 현재 배팅 금액이나 이익금에 따라 배팅금액을 탄력적으로 조정했다는 점.